문화와 역사
2020년대
잊혀가는 마을의 소리를 기록하다
상세내용
편저자 최성기
1960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남해해성고등학교와 경상국립대학교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교사,교감,교장으로 재직하며 교육 현장을 이끌었고, 이후 창선고등학교 초빙 교장으로 학교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교원대(韓國敎員大)에서 중등 교장 자격 연수강사(2011~2017)로 활동하며 학교장 리더십과 교육의 핵심 가치를 전수했다. 이후 남해시대신문 오피니언 리더를 거쳐, 현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와 <남해미래신문> 에서 교육과 지역 역사를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제1회 남해 교육상(敎育賞)을 수상했다.
- 저서
ㆍ고사성어로 배우는 옛날 말 좋은 말
ㆍ다시 읽고 새로 쓰는 고전 소통
ㆍ리더의 역사 공부
ㆍ모함과 배신의 역사 간신 열전
ㆍ위기의 농어촌 학교, 희망을 이야기하다
ㆍ교육이란 무엇인가?
-지금
. 현) 학교법인 해성학원 상임이사
. 현) 남해군인재육성재단 이사
. 현) 남면장학회 이사
. 현) 남해군체육회 부회장
• 편저자의 말 •
지명(地名)에 담긴 남해의 역사, 잊혀가는 마을의 소리를 기록하다
이 책 <지명에 담긴 남해의 역사. 잊혀가는 마음의 소리를 기록하다>는 남해의 지명과 마을 이야기를 통해 우리 땅에 깃든 기억을 되짚고, 사라져가는 이름의 유래를 기록하고자 한 소박한 노력의 결실이다. 지명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땅을 일귀온 사람들의 삶과 언어, 자연과의 관계가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역사이자 기억의 결정체다. 익숙한 마을 이름 하나가 사라지고 그 뜻마저 잊히는 순간, 그 땅이 품어온 서사(敍事) 또한 흐릿해진다는 사실을 이번 작업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남해(南海)는 바다와 산, 섬과 포구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이동.삼동면의 방죽, 남면.미조항의 진성(鎭城), 설천.고현면의 호국 정신, 상주면의 백사장, 남해읍의 성곽(城郭), 창선면의 목장지(牧場地), 서면의 둔전(屯田)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의 자연환경은 곧 지명의 바탕이 되었다. 읍성(邑成)을 중심으로 형성된 남해읍, 섬과 어촌의 서사가 스민 창선면, 농경과 숲이 어우러진 서면의 지명들은 주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또한 고현의 이락사, 설천의 덕신역, 삼동의 달반늘, 남면의 다랭이 마을, 미조 앞바다의 독특한 유.무인도 섬 이름, 마성비(馬城碑)가 전하는 이동면의 항쟁사(抗쟁史),영산(靈山) 금산과 보리암(菩提庵)을 품은 상주는 모두 남해 사람들의 경험과 시간이 투영된 이름들이다
산(山)의 명칭에는 지형과 신앙이 담기고, 하천과 포구에는 생업(生業)의 자취가 선명하다. 금산(錦山)은 남해를 상징하는 공간이며, 망운산(望雲山)과 소흘산(所屹山)에는 선인들의 상상과 이야기가 배어 있다. 금평천과 무림천의 물길은 농경의 중심이었고, 미조.적량.평산항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지혜를 품고 있다. 물결이 이는 곳에는 '랑(浪)'을, 모래가 쌓인 곳에는 '사(沙)'를, 논 아래 마을에는 '답하(沓下)'를 붙였다. 이는 자연을 읽어 언어로 빚어낸 남해 사람들의 통찰이었다.
그러나 산업화(産業化)와 도로 개설, 행정구역 개편과 생활 환경의 변화로 이러한 지명들은 점차 공식 지도에서 사라지거나 본래의 의미는 잃고 있다. '몰개너미', '지푼내', '깨골', '안개마을'과 같은 정겨운 토박이 지명들은 이제 일상에서 거의 불리지 못한 채, 일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서만 간신히 명맥은 잇고 있다.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미건조한 행정명이나 획일적인 지명이 들어섰고, 그 안에 깃들어 있던 풍성한 이야기는 함께 지워지고 말았다.
이 책은 잊혀가는 마을 이름은 다시 불러내는 기록이다. 각 읍면지(邑面誌)를 살피고 어르신들의 증언은 채록(採錄)했으며, 고지도(古地圖)와 고문헌(古文獻)을 대조해 모은 기억의 조각들을 엮었다. 남해읍의 성곽 주변, 창선면의 섬과 해안 마을, 서면의 들판과 하천, 미조면의 항구와 성곽, 설천.삼동면의 구릉 지명, 옛 도읍의 품격 이동면의 난향(蘭香), 팔만대장경과 관음포의 얼이 서린 고현면, 척박한 산비탄을 일구어 삶의 터전을 다진 남면, 서불과차와 세존도(世尊島)의 전설이 깃든 상주면은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지명을 살핀다는 것은 곧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왜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경외하며 살아왔는지를 지명은 솔직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위대한 영웅의 기록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언어에서 길어 올린 역사이며 남해(南海)라는 공간의 고유한 얼굴을 비추는 기록이다. 이 책이 남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창이 되어, 우리가 발 닫고 사는 땅의 이름에 깃든 옛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명 속에 이어져 온 남해의 역사와 소박한 기억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이 되어, 내일을 밝히는 지혜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 하나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는다.
2026年 丙午年 三月
南海 望雲山下 西邊里 書齋, 海潮 崔成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