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2020년대
웃어라 꽃섬
상세내용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퍼고 꽃을 찾아 날고 있다. 저쪽 아래, 섬 하나가 온통 꽃밭이다 다가가 보니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고 있는 자신을 닮았다.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아 꿀을 따고 사랑을 전한다. 섬의 생김새는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람들은 남해섬을 꿀과 젖이 흐르는 풍요의 섬이라고 한다.삼백 리 한려수도 쪽빛 비단 띠를 허리마다 동여 덴, 꽃잎 같은 섬들이 모여 만든 나비를 닭은 섬, 어머니를 닭은 섬, 깊은 구비 팔백 리는 천의무봉의 조화이다. 억만 년 돌바위가 전설되어 흐르는 섬, 여기가 바로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섬, '보물섬 남해'다. 보물섬 남해는 산도, 들도, 바다도 다 보물이다. 앵강만에 뜨는 달, 구미숲에 지는 해, 강진만의 눈썹바위, 동대만의 철내섭, 금산의 노인성, 크고 실한 물건리, 죽방에 든 멸치에 유자, 치자, 비자도 보물이지만 갯바람에 비버진 마늘, 시급치는 그 중에서 일등 가는 보물이다.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없는보물의자,불멸의 이순신과 불멸의 밑반찬, 그리고 불멸의 산밭정신도 특별하다.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분인 자암 김구 선생께서 기묘사화때 남해로 유배되어 이곳에서 적소생활을 하면서 남긴 귀한선물이있다.
"하늘 물가, 땅이 머리를 내민, 한 점 신선의 섬"으로 시작되는[화전별곡J이라는 경기체가 남해찬가]이다. 오백 년 전, 이곳은 이미 신선의 섬이었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는 잘 발달된 리아스식 해안으로 섬의 둘레가 302km에 이른다. 우리나라 해안선의 모든 형태를 다 아우르고 있는 이 섬에 '바래길'이 있다. 우리 어머니들이 바닷가에서 굴이며, 미역 조개, 고충을 잡아먹고 살았던, 그 넉넉한 먹거리를 제공했던 바닷가에 지천이던 해산물을 수확하러 가던 길, 그것이 바로 '바래길'이다.
남해의 바래길은 우리의 가락과 장단을 닳았다. 굽이 깊은 길들이 급하게 이어지는 길은 휘모리로 휘몰아 달리고, 완만하고 느슨한 길은 굿거리 장단처럼 구성지고 능청해서 그런가 보다.
어느 시인은 구부러진 길을 가라고 한다. 구부러진 길을 가야 나비의 밥상 같은 민들레도 만나고, 감자를 심는 농부도 만난다고..
보물섬의 바래길은 구부러진 길이다. 보물섬의 섬들도 구부러진 섬이다. 이곳에서 굽이치고 꼬리치며 사람들이 산다. 사진을 찍는 친구 김춘생이는 출사를 나가면 늘 갈등을 느낀다고 한다. 길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 가까이 가서 접사를 찍고 싶은데 하필 그쪽으로 가는 길이 없을 때 헤집고 들어가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 포기한다.
한 번 만들어진 길은, 특히 사람이 한 번 지나간 길은 반드시 혼적을 남긴다. 그 흔적들은 상처로 남는다고 친구는 말한다.
바다는 물고기들의 길이다. 하늘은 새들의 길이다. 대지는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유지다. 우리가 그 길을 갈 때는 겸손해야 한다.
어떤 이는 시를 '행간에 침묵을 심는 행위'라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이야기를 하는 이 '꾼'은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소통을 중시한다.
이야기를 통해 이해를, 이해를 통해 긍정을, 이 긍정을 통해 '보전과 보호'를 유도하는, 이것이 나의 목적이다. 나는 이이야기에 의도된 오류를 심어둘 생각이다. 이야기에 옷을 입히는 '내러티브(narrative)'의 형식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