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2010년대
주갈치를 찾아서
상세내용
◈ 주갈치를 찾아서 ◈
▶ 매의 관상
사람을 두고 천성과 운명을 예측하려고 관상·수상·족상을 보고 사주를 논하듯이 매도 관상을 본다. 매의 상은 머리, 발, 몸통에 대하여 그 형태를 논하고 깃의 색과 무늬를 감상한다.
머리 관상은 해두, 사두, 오치두로 나눈다. 그 중 으뜸은 해두(蟹頭)이다. '게 해'자 해두는 매 대가리가 게딱지를 닮아 얼굴이 가로로 길고 정수리가 납작하다는 뜻이다. 두개골이 가로로 길어서 두 눈이 똑바로 정면으로 향하여 사람을 응시하는 형국의 상이다. 가장 우수한 관상 이다. 해두는 사냥 습성이 강해서 꿩, 토끼를 보면 지체 없이 바로 나가 붙잡고 사람에게도 잘 적응할 것으로 본다.
가장 우수한 매 얼굴 상을 표현할 때 왜 하필 게딱지에 빗대어 이름을 지었을까, 한국 사람들은 게나 새우를 과거 급제나 출세, 부부에 등 현실의 상서로운 뜻을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한국화 중에는 여러 가지 수중 생물을 소재로 덕담을 표현한 그림이 많은데 이런 그림을 어해도(魚蟹圖)라고 한다. 어해도가 행복을 축원한다고는해도 덕담과 장식을 위한 것일 뿐 신령한 기운을 비는 부적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어해도를 읽다 보면 '해두'라는 작명법이 이해된다. 어해도에서 게는 다산과 출세의 의미 뿐 아니라 '최고'를 상징하기도 한다. 게는 딱딱한 껍데기가 있는 갑각류의 대표 동물로서 '갑(甲)'이라는 한자는 60갑자의 첫째이기도 하고 '갑을관계'의 우월한 지워이기도 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게가 남달리 뛰어나고 풍족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매의 정수리가 납작하고 눈이 정면으로 또렷이 응시하는 모습을 보며 최고의 활약을 연상하고 기대하면서 게를 떠울리면서 매의 얼굴에서 게딱지를 떠올린 것이다.
'매 눈은 천 리를 보고 비둘기 눈은 만 리를 본다'고 하는데, 그만큼 매는 목표를 정확히 겨누는 것이 중요하고 비둘기는 먼저 보고 숨는 것이 미덕이다. 눈이 정면을 향한 것은 육식동물의 전형이고 눈이 양 옆으로 돌아가 붙은 것은 초식동물의 전형이다. 그러니까 해두는 육식동물의 전형적인 상을 가진 것이다. 핻 상을 가진 매로서 성격이 좋은 녀석은 붙든지 5일만에 마당에서 훈련이 되는 녀석도 있었는데 이렇게 훈련이 쉽게 되는 매는 사냥 성적도 좋다.
오치두(烏鴟頭)는 까마귀 부리와 부엉이 눈을 닮은 얼굴이다. 까마귀는 부리가 두툼하니 실하게 발달하였고, 부엉이는 두 눈이 정면을 쎄긴 것이다. 두 눈이 정면으로 바로 보는 것은 해두와 마찬가지지만 부리와 얼굴이 더 길다. 그래서 여치두라고도 했다. 이 상또한 까마귀를 닮아 영리하고 부엉이의 집중력을 닮아 사냥을 잘하는 우수한 상이다. 치는 '鴙,鴉'로 쓸 수도 있다.
사두(蛇頭)는 배맹이 대가리처럼 눈 붙은 방향이 양 옆으로 돌아가고 모가지가 기다란 상이다. 사냥을 시키면 도망을 잘 간다. 산짐승을 공격하여 잡아먹는 맹금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나쁘게 평가되는 상이다.
눈이 옆으로 돌아간 동물들은 식물을 먹기 때문에 먹이에 집착하지 않는다. 먹기에 몰두하여 주변 감시에 소홀하다가 죽기 심상이므로 천적의 출현을 감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천적이 나타나면 먹이를 미련없이 포기하고 일단 달아나고 보는 것이 초식 동물의 미덕이다. 초식의 먹이는 도처에 널려 있고 애써 추격할 필요가 없다. 먹이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훈련 수단이 하나 없는 셈이고, 훈련이 된들 사냥감에 집착하지 않고 악착스레 달려들지 않으므로 사냥 성적이 좋을 수 없다. 달아나기를 미덕으로 하니 친숙하기 어렵고 겨우 경계심을 풀었더라도 삐썩하모 내삔다.
눈깔을 보고도 매를 평가한다. 동공의 둘레에 노랗게 보이는 홍채가 관심의 대상이다.
은안쟁이는 홍채 색이 은색을 띄었다는 뜻이다. 매는 어릴 때 홍체가 희끄무레하고 푸르무리하다. 은안쟁이는 순하고 길은 잘 드는데 재주가 없다.
나이 들면서 노란색이 짙어지면 외꽃쟁이 또는 꽃눈쟁이라 한다.
경상도 사람은 오이를 외라고 하므로 외꽃쟁이란 오이꽃의 노란색을 띤 눈이다. 어린 매일수록 색이 엷다가 나이 들면서 차차 노란색이 짙어진다. 보라의 노란색이 짙을수록 재주가 좋다.
나이 너댓 살 넘어가서 홍채에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하면 눈깔 색에 붙이는 이름이 없다. 나이 들어 눈이 뻘개진 것은 훈련시켜도 헛일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인상이 예쁘지도 않고, 보라를 붙들어 눈깔이 붉어지도록 오래 키우지도 않아서 이름이 없다.
콧등의 색깔도 관상의 대상이다. 콧등은 동물학자들이 말하는 용어로는 납막이다. 이마에서 부리로 이어지는 연결부이고 양쪽으로 콧구멍이 있다. 이 콧등이 노란색일수록 맹가 용해서 풀기가 좋다. 콧등이 푸른것은 악해서 사냥을 잘한다. 콧등이 푸른 것은 꿩, 토끼가 풀 속에 숨더라도 악착스레 따라 붙으면서 기어코 잡아낸다. 큰 매는 콧등이 푸르면 부랑스러워서 풀기가 어렵다. 체구가 작은 매는 콧등이 루르러도 다루기가 수월하고 훈련을 마치면 사냥 성적이 좋다.
그러나 체구가 큰 매는 콧등이 노란 것이 성격이 유순해서 좋다.
발의 관상은 수박발과 집게발로 나눈다. 수박발 가진 것이 사냥을 잘하는데 발가락이 열십자로 펴진 발이다. 집게발은 앞에서 보이는 발가락 3개가 넓게 펴지지 않고 모여서 펴지는 발이다. 집게발은 사냥 대상을 잡아 쥐는 모양이 부실하여 성적이 나쁘다. 발가락은 야위고 가늘어야 날래고 좋다. 초호리 따위는 발가락이 길쭉하게 모아지고 통통해서 쥐나 잡아먹고 안 좋다. 매가 좋은 것은 꿩을 잡으면 대가리부터 움켜잡아 제압을 한다. 멍청한 녀석은 꿩을 궁뎅이를 붙잡고 미르굿만 뽑고는 멀뚱하니 혼자 있거나 꿩한테 질질 끌려가다 다치기까지 한다. 똑똑한 매는 대가리부터 움켜잡는다. 놓치면 나무에 올라 앉아 꿩이 어디로 숨었는지 살펴서 재차 잡는다.
한번은 수박발이 딱 거머쥐는 것이 발가락이 야위고 날랜 것이 있었는데 꿩을 쫓는데 큰 돌매가 하나 나타나서 같이 따라갔다. 다른 한 발로는 돌매를 같이 붙잡고 가랑이가 찢어질 듯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근데 사람이 가니 그만 돌매를 놓아버려서 같이 받지는 못한 적이 있었다.
몸통을 두고도 상을 평가한다. 체매와 두리터로 나눈다. 체매는 호리호리한 몸매이고, 두리터는 퉁퉁한 몸매이다. 체격이 작은 매를 소지니라고 한다.
그밖에도 매상의 유형은 매에 대한 한량들의 호감과 인상에 따라 더 다양한 말로 표현되었다.
체모-깃 섹-를 두고 평가할 때는 "흰 물에 오동"이 좋다. 흰 것은 뱃바닥이 희다는 것이고, 오동은 등이 검다는 뜻이다. 오동은 검정색 구리 종류로 담배 무추리(담뱃대의 금속 부분)의 고급 재료이다. 주갈치들이 좋아하는 채색이다.
"진적에 노화"도 좋은 매다. 앞가슴에 붉은 기운이 강하고, 검은 등에 갈꽃 같은 흰점이 '파뜻파뜻'한 것이다. 붉은색 가슴은 매가 재지니, 삼지니로 나이 들어가면서 희어지고 물방울 무늬도 촘촘한 가로줄 무늬로 바뀐다. 짙은 갈색에 갈꽃 점이 있던 등도 나이들면서 청회색으로 변하고 짙어진다. 산지니는 야생에서 2년 차 된 매를 말하며, 보라 때 사람 손에 붙들러 같이 지낸 생후 2년 차 된 매는 수지니라고 한다. 노화 즉 갈꽃에 대해 평범한 사람은 억새와 혼동할 수 있다. 갈대는 습지에 서식하며 말 그대로 갈색을 띤다. 반면 억새는 지대가 높은 언덕배기에 서식하며 가을볕에 부옇게 빛나 보이는 풀이다. 억새꽃은 매우 밝다.
"백 보가리"라는 용모를 가진 매도 있었다. 앞이 많이 밝은 보가리인데, 보가리는 겨울을 한번 넘긴 생후 이듬해 털갈이를 했는데도 생후 첫해의 보라 깃이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매는 부화 후 첫해 동안은 등이 밤색이고, 가슴과 배는 흰 바탕에 엷은 밤색 물방울 무늬깃을 덮고 있는데 이것을 보라털이라 한다. 그러다가 이듬해 두 번째 봄 여름을 지나면서 털갈이를 하여 새로 나오는 것을 산진털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산지니 깃으로 완전히 갈아입지 않고 첫해의 보라 깃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보라와 산지니 깃을 같이 가지고 있는 매를 보가리라 한다. 백보가리라 하면 채색이 아주 밝은 보가리라는 뜻이다. 깃 색이 밝으면 보기가 좋고 꿩을 따라가 숲에 내려앉았을 때 찾기도 비교적 쉽다. 그래서 매꾼들은 이런 매를 선호한다.
매의 용모에 따른 이름은 보라 때 지어 부르는데 털갈이를 완전히 해서 3년차 재지니가 되면 보라 때의 옷 색이 거의 청회색 산진털로 바뀐다.
초봄에서 늦게 부화된 개체일수록 이듬해에도 보라 때의 옷 입은 모습이 오래 간다. 늦게 깐 개체일수록 첫 겨울은 넘기는 중에 사냥에 자주 실패하고 영양상태가 부실하여 털갈이가 원활하지 않은 탓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릴 적에 깃의 색과 무늬 '스타일'에 따라 붙인 이름은 대게 재지니가 되면 더 이상 효력이 없다.
메놓기를 좋아하는 한량들은 매를 앉혀 놓고 한 방에 어우려 네 게좋네, 내 게 좋네 낱낱이 터럭까지 세듯이 눈이고 귀때기고 발이고 살피며 성격, 나이 등을 짚어보고 용모를 논평하며, 시를 읊기도 하며 농한기 시작되는 초겨울을 소일했다.
메는 수명이 길지 않은 모양이다. 산진이보다 보라가 많이 붙들리는 걸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동물학적으로는 보라가 그 해 부화되어 첫 겨울을 맞는 매이므로 철이 덜 들고 겁이 없어서 잘 붙들리는 반면, 보가리나 산지니는 해를 넘기며 살아온 경험이 쌓이고 사람을 더 무서워해서 잘 붙잡히지 않는 것인데도 옛 주갈치들은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