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2020년대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
상세내용
◈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 ◈
▶ 제1장
하늘의 가이요, 땅의 머리인, 아득히 먼 한 점의 시선 같은 섬에는, 왼쪽은 망운산이요, 오른쪽은 금산, 그 사이로 봉내와 고내가 흐르도다.
산천이 기(奇)이하게도 빼어나서 유생, 호걸, 주사들이 모여들매, 인물들이 번성하느니,
아! 하늘의 남쪽 경치 좋고 이름난 곳의 광경(光景),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노래, 술, 아리따운 여인들과 더불어 모여들었던 한때의 인걸들이,
아! 나까지 보태어서 몇 분이나 되겠습니까.
▶ 제2장
하별시(河別侍) 치자로 물들인 허리에 띠, 황대(黃帶) 나이와 관작이 겸하여 높으도다.
박교수(朴敎授)가 손을 위두르며 흔드는 술 취한 가운데 버릇과,
강륜(姜綸)이 잡담과 방훈(方勳)이 코골며 자는 모습, 그리고 정기(鄭機)가 잘 마시고 먹는 모습들,
아! 품계를 지닌 벼슬아치들이 가지런히 모여드는 광경,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하세연씨(河世涓氏)가 한시(漢詩)의 발인 운자(韻子)로써, 겨루는 시(詩)짓기인 음풍농월(吟風弄月)에서,
아! 운(韻)을 부르면 화답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 제3장
서옥비(徐玉非) 고옥비(高玉非)의 검고 흰 머리가 아주 다르고,
큰 은덕(銀德)이와 작은 은덕(銀德)이는 늙거나 젊거나 서로 다르도다.
강금(姜今)의 노래와 춤, 녹금(祿今)의 장굿소리, 잘 벌었는 학비(學非)와 못났는 옥지(玉只),
아! 꽃수풀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이기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화전(花田)의 별호가 이름과 실제가 서로 부합하느니,
철석같이 굳고도 단단한 지조라 할지라도 아니 끊어질 리 없도다.
▶ 제4장
한원금(漢元今)은 글로써 노래 부르고 정소(鄭韶)가 풀피리를 잘 부느니,
혹은 바릿대로 치고, 혹은 소반도 두드리고, 그 사이마다 잔대로 쳤도다.
머리를 흔들기도 하고 몸을 뒤척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취한 모습들을 갖추었으나,
아! 흥이 말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강윤원씨가 스리렝딩하며 타는 거문고 소리를,
아! 듣고서야 잠이 들리로다.
▶ 제5장
녹파주(綠波酒)와 소국주(小麴酒) 맥주(麥酒) 탁주(濁酒) 등 여러가지 술에다,
황금(黃金) 빛나는 닭과 흰 문어(文漁) 안주에다 유자잔(柚子盞)을 접시에다 받쳐 들어,
아! 가득 부어 잔을 권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정희철씨(鄭希哲氏)는 밀밭만 지나쳐도 크게 취해 버리느니,
아! 어느 때 슬플 적이 있을고.
▶ 제6장
서울의 번화로움을 너는 부러워하느냐.
붉은 단청을 올린 지위 높은 벼슬아치 집 대문 안, 거기 있는 술과 고기를 너는 좋아하느냐.
돌무더기밭 가운데 있는 띠집에서나마, 사계절이 화순하여 오곡이 풍성하게 되면,
이 향촌에서 갖는 모임을 나는 좋아하노라.
- 이상은 기묘 명헌인 자암(自庵) 김구(金絿:1488~1535)가 남해 절도에 귀양가서 읊은 것이니 <자암집>에서 뽑은 것이다. 화전(花田)은 남해현의 소지명으로 자암 김구가 귀양가서 지낸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