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1990년대
남해문학 제5집
상세내용
◈ 남해문학 제5집 ◈
남해문학회는 1983년 4월 23일에 발족이 되었습니다. 햇수로 치면 금년이 15년째가 됩니다. 발족 1년 후인 1984년 12월에 『남해문학』창간호를 발간하여 첫선을 보였고, 그 후 1987년 1월에 제2집, 1989년 8월에 제3집, 1995년 5월에 제4집을 발간한 후 2년만에 이 제5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15년만에 책 5권을 냈으니 평균으로 치면 3년에 한 권씩 펴낸 셈이 됩니다.
이 미약한 결과를 업적이라고 여기다 적느냐고 웃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 일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남해에 작으나마 문학 단체가 생기고 거기에서 문학지가 나오게 된 것은 전에 없던 일로 그것이 15년이나 지속이 되고 있다는 것은 좀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고장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문학을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고 따르는 사람도 적었으며 도와주는 사람은 더 귀했습니다. 그런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이 땅에 다 창조의 씨를 뿌리고 그 싹을 키워 보고자 딴은 열심히 노력을 해왔습니다.
남해문학회는 『남해문학』이 나올 때마다 전국의 유명 문인, 주요 신문잡지, 문학단체, 군내 각급 학교, 각 기관, 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를 하였으며, 제4호부터는 220개 온 마을에도 빠짐없이 보내드렸습니다. 각 마을 문고에는 그 책자가 지금도 소중히 보존되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존재의 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제 목소리를 남기는 것이 자기의 존재를 남기는 일이 됩니다. 동시에 그것은 자기가 창조한 문화를 후세에 남겨두는 일도 됩니다.
하나의 존재가 목숨을 다할 때 그 목소리까지도 함께 사라져버리면 그것은 존재의 완전한 인멸이 됩니다. 이 완전한 인멸은 태어난 적도 없음, 살아 있었던 일도 없음, 그런 시대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없음, 그리하여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음이라는 허무로 귀결이 됩니다.
목소리라는 것은 생체 유지에 필요한 육제적 음향입니다. 위험하거나 아프거나 슬플 때에 발성을 하여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들을 가려 줍니다. 이것이 추려지면 진리가 되고 이것이 쌓이면 문화가 됩니다. 이 목소리를 기록을 통하여 시각화해 놓으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의 존재와 자기가 창조한 문화를 남겨둘 수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이와 같은 목소리의 기록과 정리 작업을 잘했기 때문에 사서오경이나 제자백가설 등의 높은 지혜를 남겨 위대한 중국 문화를 이룩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문화로 동앙일대를 중국화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역사에서 문화의 힘이 얼마나 컸던가 하는 것을 두 번이나 보아왔습니다. 몽고족과 만주족은 무력으로 중국을 굴복시켜 수백년간이나 지배를 했건만 끝내 중국문화에 동화가 되어 지배자인 그들이 오리어 피지배자인 중국인에게 먹히고 만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제 것이라고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남의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 보면 마음이 암담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우리의 작은 노력은 성과가 적더라도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일입니다. 어떤 소리든 기록을 해놓지 않으면 우리의 시대는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시대를 증언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정서를 적어두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와 같은 활동이 우리의 향토에 문화의 뿌리를 심고 가꾸는 중요한 과업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내는 조그만 목소리들이 훗날에 가서는 이 시대 이 사회를 생생하게 재생하는 살아 있는 화음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