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인물전설
진사범
상세내용
● 이 이야기는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에 전해 내려오는 실제 구전설화입니다.
「한국구비문학대계」 8집 9책에 수록되어 있으며, 채록자 김승찬·김경숙이 구연자 정준탁 씨의 구술을 그대로 옮긴 기록입니다. 또한 김성철 저 『남해의 구전설화』(남해문화원, 2015, 86~87쪽)에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진사'는 소과에 합격한 선비를 뜻하는데, 관직에 나아가지 못한 진사는 학식은 있으되 살림이 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임진사가 아버지의 병에 개 천 마리를 구해야 했지만 재력이 따라주지 못했다는 대목은 당시 몰락 양반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원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혈어믄 개값이라 했어요"라는 구연자의 설명입니다. 조선 후기에 개는 가축 중 가장 값이 낮아서, 물건을 헐값에 팔았을 때 "개값을 받았다"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런 개조차 천 마리는 가난한 진사에게 전 재산과 같았다는 것이죠.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범이 된 임진사가 사람을 해치되 한 번도 잡아먹지는 않았다는 대목입니다. 구전에서 짐승이 사람을 죽이고도 먹지 않는다는 것은 그 안에 아직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설화에서 가장 슬픈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끝내 짐승이 되지는 못한 것이니까요.
남해 지역에서는 이 범을 '진사범'이라 불렀고, 당시 남해가 속해 있던 하동 관아를 거쳐 통영통제사가 포수를 보내 진사범을 잡았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효심이 빚은 기적이, 가족 안의 어긋남으로 비극이 되어버린 이야기입니다.
출처:
한국구비문학대계 8집 9책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김성철, 『남해의 구전설화』, 남해문화원, 2015, 86~87쪽
구연자: 정준탁 / 채록자: 김승찬,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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