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학문(교육·학자)
이봉윤
상세내용
한국공무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회지에 작품을 발표 등단
▶ 학력
이동보통학교 / 남해농업전수학교 졸업
▶ 경력
해방 전 이동면사무소 근무
1946년부터 11년 동안 남해에서 교사로 봉직
1957년 부산으로 전근 35년 근무
감천초등학교, 토성초등학교 교감
대저중앙초등학교, 아미초등학교, 초량초등학교 교장 역임
삼락회(三樂會) 부회장 역임
『성지곡(聖知谷)』
화장한 봄날이다.
금년 봄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서, 봄의 전령인 매화나 개나리는 이미 한 시절 가버리고 3월의 끝 무렵인 요즈음은 남부지방에서 벚꽃이 한창이다. 오늘같이 화창한 봄날에는 괜히 마음이 들뜨고 오금이 쑤셔 집안에 갇혀 있기가 큰 고역처럼 느껴진다.
아침부터 몇몇 친구들과 연락이 되어 도심에서 가까운 성지곡을 찾기로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 성지곡이기도 하지마는 계절 따라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경관은 말할 것도 없고, 산책길로서는 그저 그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약속된 일행을 성지곡 어린이 대공원에서 만났다. 정문 근처에는 휴일이 아닌데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이 서성대고 있었다.
더러는 가족끼리 또 애인끼리,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 환한 얼굴로 들떠 있는 모습들이다.
공원 입구에서 매표소에 이르는 약 100m의 벚꽃 길, 수십 년 된 벚꽃나무가 화사한 꽃무더기에 뒤덮인 채 수원지로 가는 길 왼쪽에 줄지어 늘어섰는데, 벌써 만개기를 지나 낙화에 바쁘다. 눈부신 꽃비가 흩날리는데 때때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는 꽃잎을 바라보다 흡사 함박눈이라도 쏟아지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사람의 세상도 저와 같이 꽃을 닮아 만인의 칭송에 아름답게 활짝 피어 일하다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곱게 곱게 져 갔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꽃길 따라 걸어서 수원지를 한 바퀴 돌아볼 작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수십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숲은 찾아온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이따금 만나는 노송들은 100년을 넘나드는 세월을 이겨내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군데군데 낮게 깔려 있는 작은 잡목들도 새 움이 돋아나 한결 싱그럽고 귀엽다. 푸른 잎새 틈으로 간혹 보이는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돋보인다.
멀리 가까이 수원지를 안고 도는 백양산은 만산이 연두색으로 뒤덮이고 군데군데 하얗게 수를 놓은 꽃더미는 아마 벚꽃이겠지?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싱그럽고 아름답다.
지난해 가을에 왔을 때 만산을 수 놓은 아름다운 단풍에 감탄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드디어 시야가 확 트이면서 호수가 나타난다. 넓이가 2만 3천 평이나 되는 옛 수원지다. 맑디맑은 남빛으로 넘실대는 호수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호숫가에 물에 닿을 듯 말 듯 뻗어 내린 벚꽃가지는 그 소담한 꽃더미가 수면에 어린다.
군데군데 떠 있는 모형 백조가 한가로이 물결에 밀리고 있다. 호숫길을 이어주는 돌다리 밑으로는 붉은색, 노란색, 색깔도 아름다운 비단 잉어 떼가 무리 지어 먹이를 찾아 맴돌고 있다.
크고 작은 고기 떼의 노니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것이다. 봄기운에 취한 채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곳이 성지곡이기도 하다.
숲속을 거닌다 보면, 살균, 거담, 이뇨, 혈압 조절 등의 효능이 있다는 피톤치드도 얼마든지 덤으로 마실 수 있으니 성지곡 산책은 건강증진에도 참으로 좋은 곳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곳에는 또 사명대사의 동상과 비석, 독립운동가 박재혁의 동상, 요산 김정한 선생 시비를 비롯하여 어린이 회관, 학생교육문화회관, 동물원, 놀이동산, 자연학습장, 환경 보호 홍보관, 체육공원 등 갖가지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찾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1978년 아동의 해를 맞아 이 일대를 '어린이대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또 각급 학교의 교외 학습장으로 많은 어린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오늘은 차를 타고 멀리 가는 명승지 탐방에 못지않게 자연의 일부가 된 우리는 봄을 만끽하였다. 점심때가 너무 늦어 우리는 서둘러 거리로 나와 식당을 찾아 허기를 채웠다.
이다음부터는 김밥을 싸들고 와서 수목이 우거진 계속 물가에 앉아 식사를 즐길 것을 약속하고 각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참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