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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 [ 신문 ] 남해다운 축제는 남해 사람이 만든다
보도매체명남해시대
보도일자26.02.05
지역축제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장을 아는 시선'과 '축제를 문화로 다뤄온 전문성'이다.
단순한 행사 운영이나 예산 집행의 관점으로는 축제가 왜 반복되고 왜 닮아가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김미숙 남해문화원 원장은 오랜 기간 남해군 현장에서 지역축제와 문화, 역사를 직접 다뤄온 인물이다.
기획자이면서 행정의 구조를 이해하는 문화행정가로서, 축제를 이벤트가 아닌 문화의 축적 과정으로 바라봐 왔다.
이번 인터뷰는 개별 축제의 성과를 묻기보다 왜 지금 남해의 축제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짚기 위해 본지는 지난 15일 남해문화원 원장실에서 김미숙 원장을 만났다.
▶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문화
김미숙 원장은 축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기원'부터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의 축제는 종교의식에서 출발했다. 사순절 이전의 카니발, 그리스·로마시대의 올림픽 모두 신에게 바치는 제의에서 비롯됐다. '축제(祝祭)'라는 한자 역시 제사를 뜻하는 '제(祭)'에서 출발한다.
동양도 다르지 않다. 단군신화의 단신수,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액막이굿과 농악, 선구줄긋기와 동제까지 모두 공동체 제의였다. 오늘날 대학의 '대동제'역시 마을 단위의 대동제를 잇겠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이름이다.
"우리의 샤머니즘은 부끄러운 문화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문화콘텐츠였다"는 것이 김 원장의 인식이다. 무당의 신내림은 탈춤으로, 고수와 소리꾼의 주고받음은 판소리로 이어졌다. 축제는 늘 예술과 놀이, 공동체를 낳는 모태였다.
▶ 일본은 순화했고 우리는 밀어냈다
현대에 들어 축제의 운명은 갈렸다. 일본은 토속신앙과 신화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로 재해석해 '마쓰리'로 순화했다. 반면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민족말살정책 속에서 무속신앙을 천시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김 원장은 한국 고유의 무속신앙 내용을 현대의 케이팝과 절묘하게 조화시켜서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케이팝데몬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강타한 것도 결국 다른 국가에는 없는 한국 고유의 토속신앙과 문화를 잘 풀어낸 사례라고 들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김 원장이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시절 기획한 것이 '문화재 야행'이었다. 유배라는 콘텐츠는 남해만이 가질 수 있는 서사라는 판단에서였다. "유배를 자처하는 낭만객의 섬이라는 이야기는 남해에서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관광·주민·문화유산 축제 성격부터 구분해야
김미숙 원장은 현재 남해의 축제 구조를 냉정하게 진단했다. 남해군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를 합하면 연간 20개는 넘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광·문화·주민 대상이 구분되지 않은 채 '동원형 축제'로 흐른다.
반대로 성공 사례로는 화천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가 언급했다. 이제 축제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그 지역에만 있는 자원,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콘텐츠였다.
김미숙 원장은 축제의 혼란이 반복되는 이유로, 축제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채 한데 묶어 운영해 온 구조를 지적했다. 김 원장은 축제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형 축제, 주민 위안형 축제, 지역의 역사·전통·서사를 담는 문화유산형 축제다. 김 원장은 "이 세 가지는 목적도, 대상도, 방식도 전혀 다른데 지금은 모두 하나의 축제로 섞여 있다"며 "관광도 제대로 안 되고, 주민도 피로해지고, 문화도 남지 않는 이유"라고 짚었다. 특히 축제가 주민 동원형 행사로 흐르는 현상에 대해 김 원장은 "주민 위안잔치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관광과 문화까지 함께 잡으려 하면 결국 어느 쪽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축제를 기획할 때부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무엇을 남길 축제인지 성격을 먼저 나눠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문제의식이다.
▶ 자발성이 없는 축제는 자라지 않는다
김미숙 원장이 강하게 비판한 대목은 '지원 구조'였다. 해외의 마을 축제는 다르다. 주민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음식을 나누며 자발적으로 작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남해 역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 가수를 불러오는 축제는 군민이 관람객일 뿐, 주인이 아니다. 내가 참여하고, 내가 공연하고, 내가 생산자가 될 때 축제는 살아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생활문화예술인 육성을 강조했다. 문화원이 운영 중인 23개 강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생산자가 소비가자 되고, 소비자가 다시 생산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축제의 체질"이라는 설명이다.
남해문화원이 외부 이벤트 업체를 적극적으로 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자는 많지만, 원석은 결국 남해 내부에 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한 문화예술기획자는 지역민속에서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원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사람을 키우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남해군 축제의 문제점인 행정 주도의 축제를 지적했다. 김 원장은 행정공무원은 행정서비스 전문가이지 축제기획자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용역사에 의존하게 되고 축제추진위원회도 들러리로 선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현재 남해군 축제들은 마치, 병원의 경영인인 이사가 의사 대신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처럼, 행정 주도의 축제는 면허가 없는 주체가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었다.
▶ 읍면 축제, 주민 자생력 증명 먼저
읍면별 축제에 대한 입장도 분명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축제는 긍정적이다. 시금치 한 단, 색소폰 연주 하나로 시작하는 잔치라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군 예산을 전제로 한 축제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봤다. 주민자치회의 역할 역시 같다. 먼저 자발적으로 만들고, 가능성이 보일 때 행정 지원이 따라야 한다.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그 사례였다.
김 원장은 "비슷한 지역축제가 포화한 상황을 정치인들을 먼저 비판하기에 앞서서, 주민 스스로 진단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축제가 있으니 우리 지역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축제가 늘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로 가능한 내용과 사례, 유례, 연광성, 지역성 등을 따져보고 주민들이 주도해서 축제가 열려야 한다"며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남해 대표 축제 진단
농특산물 축제에 대해서도 구조적 비판이 이어졌다. 생산자가 주체가 되면 지금과 같은 방식은 나오기 어렵다. 대중이 선호하는 매개체가 있고, 그러지 못한 매개체가 있다는 것이다.
마늘한우축제 역시 박람회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출하시기, 건조 상태, 상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정은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시기와 방식 모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장소 활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현재 마늘한우축제는 공간이 제한돼 읍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공설운동장, 실내체육관, 먹자골목, 전통시장을 잇는 축제 동선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독일마을 맥주축제 역시 확장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물건마을까지 연계해 역할을 나누고, 주민 간 소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생산자만 늘고 소비가 지역에 머무르면 축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진단이다.
▶ 남해다움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
지역축제에서 가장 필요한 한 가지만 꼽으라는 질문에 김미숙 원장은 "남해다움"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김 원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듯, 축제 역시 가장 남해다운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해에 없는 것을 억지로 가져오기보다, 남해에만 있는 역사와 문화, 삶의 방식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남해다움은 밖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남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그 과정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게 결국 남는 축제,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고 강조했다.